한글가르치기 뭐가 먼저일까?

29개월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에게 아직 한글은 먼 이야기다. 그런데 어느 엄빠에게 물어봐도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한다. 책을 읽는 즉, 독서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럼 나에게 당면한 과제는 무엇일까..바로 목이 터져라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초기에는 여러가지 꼼수를 부리다 아내에게 많이 혼났다. 세이펜을 통해 아이에게 책을 들려주기, 세이펜으로 노래 들려주기 등등. 사실 아내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아빠 목소리를 많이 들려줘야 한다고 이야기 했지만, 그 당시 야근으로 찌들어 있던 나는 아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못했다. 그게 아직도 많이 미안하긴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난 목 관리를 잘하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일을 잠깐 쉬면서 아이가 어린이 집에서 돌아오면 책을 좀 읽어주고 했었는데 요새 통 못했다. 덕분에 아이도 요즘 책과 멀어지는 느낌인데 다시 내일부터 예쁘게 책을 읽어줘야지.

 

어느 책에서 읽었다. 어린아이가 글자를 자음과 모음으로 배우는 것보다 통째로 보고 배우는 것이 쉽다고 한다. 어린 유아들은 글자를 통째로 볼 때, 그림처럼 보고 이것이 더 익숙하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아이에게 책을 알려주고 싶다면 한글을 가르쳐주고 싶다면 책을 읽어주는게 우선이란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재미다. 영어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한글도 그럴 것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아빠인 내가 책을 자주 읽어주면 책에 관심이 생길 것이다. 언젠가 우리 꼬맹이도 더 성장하면 이거 어떻게 읽는거냐고 물어볼 날이 올 것이다. 그 때 글자를 통째로 알려주는 것을 꼭 기억해 뒀다가 써먹어야겠다.

 

결국 아빠랑 함께하는 시간동안 책을 내가 많이 읽어 줄 수록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이제 실천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된다. 이건 우리 장인어른께서 자주 하시는 방법인데 아이가 침대에서 잠을 청하기 전에 책을 읽어주시거나 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아이가 스르르 잠이 든다.

 

그렇다면 아빠들도 같은 방법으로 잠이 들기 전에는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물론 오늘은 실패했지만 내일부터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잠이 들기 전 아이에게 팔베개를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분위기를 만들고 이 후 책을 읽어주거나 아빠와 같이 알고있는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후에는 서로 릴레이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단계까지 가면 좋다고 한다. 릴레이로 한문장씩 이어지게 말하는 동안 아이에게 창의력이 길러진다고 한다. 그러니 새로운 이야기와 문장, 단어를 만들어 내는 연습을 아빠와 하면서 아이의 언어 표현력은 풍부해 진다고 한다.

 

내가하는 방법 중 하나는 스티커 놀이북이다. 우리 아이도 밥을 먹으러 가거나 어른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있을 때 부득이하게 영상물을 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은 넘어갔지만 타요에 한창 빠져있을 때가 있었다. 아내와 내가 약속한 것은 틀어주게 되더라도 영어로 틀어주자였고 지금도 잘지키고 있기에 아이가 거부감 없이 영상물을 시청한다.

 

그리고 영어로 나오더라도 스티커 북에 나오는 이름과 다르지 않기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한글을 알려줄 수 있다. 예를 들면 스티커를 차례로 붙여놓고 이름을 물어본다. 아이가 대답을 잘하면 더 많이 칭찬해주고 모르면 아빠가 알려주면서 같이 연습한다. 

 

난 하루에도 몇 번씩은 아이가 놀 때 스티커북으로 이름을 맞히는 게임 같은 놀이를 하고 있다. 아이도 즐거워하고 정답을 맞췄을 때는 신나한다. 사소한 놀이도 아이에게 즐거운과 교육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놀이감이고 시간을 많이 빼앗기지 않으면서 가장 중요한 체력을 비축할 수 있다.

 

스티커가 실증나면 다음은 한글카드로 넘어가 그림을 보여주면서 이건 어떤거지라고 물어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있다. 그것도 실증나면..책을 읽어주자..그것도 실증나면 이제 뛰어다닐 시간이다.

 

아이의 뇌는 정말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늘 느낀다. 못하던 말들을 한순간에 하고 두글자 이상 말하지 못했던게 어느새 엄빠가 말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한다. 그럴 때마다 더욱 느껴진다. 내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아이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겠구나.

 

뭘 가르쳐 주지 못하더라도 내가 잘 못하더라도 경험을 시켜주는 건 좋은 일인데 내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아이마저 그 경험의 기회를 닫아버린다면 그것만큼 잘못된 일도 없을거라 생각한다. 예를들어 아빠가 낯을 가려서 인사를 잘안하면 아이는 인사하는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도 인사에 인색해지는 것 이다. 

 

나는 정말 아이가 뛰어난 사람으로 자라나는 것은 바라지 않지만, 일생 재미있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즐겁게 살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건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사람은 시도하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할 수 있겠지만 경험해 본 사람은 그 시간에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내일부터 아이와 함께 집에서 시간 날 때마다 책을 읽어줘야겠다. 옆에 도라지 차를 미리 주문 좀 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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